공항 클럽 멤버십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이 바로 샤워 시설에 대한 환상이다. 라운지라면 당연히 쾌적한 샤워실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강박 말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자. 비행기 타기 직전, 혹은 내려서 바로 씻는 행위가 과연 효율적인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좁은 공간에서 땀을 씻어내고 젖은 머리를 말리는 시간보다, 차라리 그 시간에 비행기 좌석을 한 번 더 확인하거나 게이트 위치를 파악하는 게 훨씬 실질적인 이득이다. 샤워 부스 하나 때문에 등급 높은 멤버십을 고집하는 건 전형적인 과잉 소비다.
시중의 라운지 비교 자료들을 보면 샤워 시설 구비 여부를 최우선 항목으로 두는 경우가 많다. 대중의 시선은 항상 그렇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니까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꼴이다. 나는 정반대다. 샤워실 운영을 위해 낭비되는 관리 비용이 오히려 음식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라고 생각한다. 샤워실을 없애고 그 면적을 좌석 간격 넓히는 데 썼다면 훨씬 가치 있는 공간이 되었을 것이다. 물기 묻은 바닥과 눅눅한 수건이 내뿜는 퀴퀴한 향을 굳이 비싼 돈 내고 맡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다.
실속 있는 여행자라면 샤워 시설 같은 부차적인 요소는 과감히 제외하고 판단해야 한다. 라운지의 본질은 비행 전후의 피로를 최소화하는 휴식과 간단한 요기다. 굳이 공항 안에서 샤워를 해야만 개운함을 느끼는 체질이라면, 그냥 호텔을 잡거나 공항 밖에서 해결하는 게 답이다. 라운지 내부 샤워실은 대기 인원이 많아지면 결국 시간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20분 남짓한 시간에 허겁지겁 몸을 씻고 나오면 오히려 비행기 타기도 전에 지쳐버리기 일쑤다. 이런 시스템이 과연 누구를 위한 서비스인지 의문이 든다.
라운지 선택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 샤워 부스 개수가 아니라 콘센트 위치, 인터넷 속도, 그리고 무엇보다 조용한 분위기가 최우선이다. 씻는 것보다 중요한 건 대기 시간 동안 얼마나 방해받지 않고 개인 업무를 처리하느냐다. 화려한 수전 시설이나 어메니티 구성에 혹하지 마라. 그런 건 사진 찍기에는 좋겠지만 정작 실질적인 휴식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씻는 문제는 비행기에서 내린 뒤 목적지에서 해결하면 충분하다. 굳이 공항 내에서 모든 걸 끝내려는 욕심을 버려야 진정한 여행의 효율이 나온다. 무엇이 진짜 필요한지 스스로 판단할 줄 알아야 비싼 회원권 값어치를 뽑아낼 수 있다.